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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교육학개론 현대 교육철학의 사조

by 머니베이커 2023. 8. 20.

1. 현대 교육철학의 사조

   20세기의 눈부신 과학 발전과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인류의 역사는 변화와 안정, 진보와 보수의 대립, 자유와 전통의 대결 등이 반복된 시기에 놓였다. 20세기 초반은 진보적인 교육사조인 진보주의와 보수적인 교육사조인 항존주의 및 본질주의로 요약될 수 있다. 한편, 20세기 후반의 교육철학의 흐름은 자율적인 학문으로 성립시키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분석철학과 교육의 문제를 사회적, 정치적인 관련성에 관심을 가진 교육철학으로 구분될 수 있다. 

 


1) 20세기 전반의 교육철학 

(1) 진보주의

   교육적 관심의 중심으로 개별 아동을 강조하는 교육적 개념이다. 진보주의 대표적 사상가는 루소, 페스탈로치, 프뢰벨, 몬테소리 등을 꼽을 수 있다. 유럽에서는 루소의 영향이 컸던 반면, 미국에서는 듀이의 실용주의적 철학이 진보주의 교육의 이념적 기반이 된다. 미국의 진보주의는 성인의 기준에 따라 아이를 재단하고 맞추려는 학교교육에 비판적이었다. 자유주의 인간관에 기초한 진보주의 교육관은 아동의 흥미를 일차적으로 중요한 것으로 보았다. 또한, 삶에 적응할 수 있고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서 사회의 재건을 목표로 학교교육을 재구성하려 했다. 학교교육은 인간을 사적이고 주관적인 경험으로부터 사회에서 능동적인 주체가 되어 공동체의 유용하고 책임감 있는 구성원으로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반면 듀이 자신은 미국의 진보주의 교육운동과 거리를 두었다. 자신의 경험이론을 확대 해석해서 지나치게 아동의 흥미만을 강조한 점도 있지만, 자신의 교육철학의 핵심요소인 사회적, 정치적 재건설로서의 교육을 사실상 거의 무시했기 때문이다. 진보주의 교육은 가난과 빈곤이라는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가진 정치적 교육운동으로서 사회개혁을 위한 정치적 활동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진보주의 교육은 2차적 세계대전 이후 영향력을 점차 잃어가다가 1970년대 이후 기술주의적 접근에 반대하며 사회적, 정치적 함의에 관심을 가지는  '재개념주의' 운동으로 되살아나기 시작했고, 1980년대 철학의 신실용주의와 심리학의 구성주의의 대두와 함께 그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2) 항존주의

   항존주의는 1930년대와 1940년대 허치스와 아들러 등이 진보주의 교육운동에 대항할 때 등장한 보수적인 교육철학 이념이다. 항존주의는 관념론을 그 철학적 기반으로 삼고 종교적 세계관과 관련이 깊다. 인간을 본질적으로 영적인 존재로 볼 뿐만 아니라 실제로 영적인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았다. 따라서 교육의 세속화에 반대하고 형이상학과 신학이 고등교육의 교육과정에 포함되어야 하며 하급학교의 교육목적도 형이상학적 혹은 종교적 진리에 기대야 한다고 보았다. 진리 획득에 있어 직관이나 문화적 조건화를 강조하였고 엄격한 훈육이 강조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교육의 내용은 오랜 세월 축적되어 온 문화유산에서 선정되어야 하며 권위주의적 도덕규범, 지적 수월성, 사회적 미덕을 강조하였다. 
  1960년대 신보수주이자들의 주장에도 항존주의자의 목소리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시카고 대학의 정치철학자 블룸은 자신의 저서 [미국 정신의 종말]에서 서적과 만화책, 음악과 로큰롤, 성과 사랑을 혼동하는 경향을 비난하며 고전 읽기를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교과의 가치를 영적인 실재의 발전과 연관시키는 이홍우의 후기 연구 또한 항존주의에 가까워 보인다. 자유민주주의 원칙의 근대 공교육에서 항존주의 교육이념은 학교교육의 실제를  구성하는 기본원리가 되기는 어렵지만 교육의 대가로 우리가 치를 수밖에 없는 정신적 상실이 무엇인지를 그리고 존재적 가치의 위기 속에 놓인 우리의 모습을 보다 거시적이고 역사적으로 바라보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교육이념으로 수용될 수도 있다. 

(3) 본질주의

   본질주의 교육사조는 진보주의 교육을 비판하며 1930년대와 1940년대 항존주의와 더불어 등장했다. 철학적 이념에서 실재론과 가깝고 종교보다는 이성에 기초한 기본적인 도덕적 명제를 포함한다. 본질주의는 아동의 흥미와 개인적인 자유는 강조하면서 진보주의 교육이 훈육, 권위, 진리, 전통을 무시한 것에 대하여 비판적이다. 즉 본질주의는 진보주의와 항존주의의 절충적인 입장을 취한다고 볼 수 있다. 전통적 교육을 옹호하되 교육방법의 질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학생이 교육적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게 하는 교수방법을 개발하고, 교사교육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본질주의 교육은 물리적 세계와 사회적 세계를 지배하는 자연의 법칙 즉 질서를 발견하고 가르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교사는 이를 잘 알고 가르치고, 아이들은 이런 지식을 모두 배워 삶을 잘 살아나갈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한다. 학교는 훈련과 교수, 훈육을 강조하는 프로그램으로 능력을 최대한 개발하여 학생들을 문명화하여야 한다. 즉 수월성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며, 이를 위해 훈육은 필수적이다. 

   1980년대 미국 정부가 주도한 '기초로의 회귀운동'도 기본적으로 본질주의 사조의 재등장이라고 볼 수 있다. 교육학자 허쉬도 그이 저서 '문화적 문해'에서 현대사회에서 잘 살아가기 위해 필수적인 기본적 정보를 소유하는것으로서 '문화적 문해'의 습득을 교육의 목표로 제안한다. 이는 교육을 공학적으로 보는 오늘날 주류적 교육관의 기본원리와 맥을 같이한다. 

2) 20세기 후반의 교육철학 사조

 

 


(1) 분석적 교육철학

   분석적 교육철학은 사회와 교육의 실제적 문제와 거리를 두고 하나의 객관적인 지식체계로 이루어진 독자적인 학문으로 발전시키고자 노력하였다. 이후 실제로 많은 대학에서 독립된 연구대상과 방법을 가진 하나의 학문 분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객관적 지식체계로서의 교육철학을 확립시키는 일은 주관적인 주장이나 개인적인 신념을 제거하는 것이다. 이것은 가치의 문제를 연구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가치의 문제는 객관적인 관찰이나 검증을 통해 객관성이나 보편타당성이 확인될 수 없기 때문이다. 초기 분석적 교육철학자들에게 사실의 세계는 '언어'와 '논리'의 세계였다. 즉, 교육의 이론이나 논의에 사용되는 언어의 의미를 명백하게 분석하여 객관적인 의미를 명료하게 하고, 논리적 관련을 분석하여 일관성과 타당성을 점검하는 것이 중요한 역할로 받아들여졌다. 그 결과, 분석적 교육철학은 교육철학의 역할과 내용을 교육적 언어의 의미분석에 국한시키고 개념의 명료화에 일차적 목적을 두었다. 
   분석적 교육철학자들이 주로 다룬 '교육'의 개념을 살펴보면, 교육이 규범적으로 중립적인지 아닌지, 교육은 어떤 종류의 지식을 포함해야 하는지, 교육은 특정 교수법을 배제하는 것인지 등에 관한 것이었다. '지식'의 개념에서 기술적 지식과 명제적 지식을 구분하여 '이해'의 개념을 명료화하려 하였고, 이와 다른 '앎'이 있는지 검토하였다. '교수(teaching)'에 대한 연구에서는 교수의 의도성에 관심이 많았는데, '교수'는 논리적으로 '학습'의 발생을 함의하는지, '교화'나 '조건화'와 어떻게 다른지 등에 관한 것이었다. 
이 외에도 '흥미', '동기', '바람' 등의 심리적 개념을 분석하였다. 
   분석철학자들이 연구한 개념이나 이슈 중에는 교육정책과 직접 관련된 것도 있다. '학교는 정치적으로 중립적이다'라는 진술이 의미하는것이 무엇이며, 학교는 그래야 하는 것인지, 그리고 '평등정책'의 의미가 무엇인지, 즉 '교육적 기회'를 뜻하는지 혹은 '교육적 결과'를 뜻하는지에 관한 것도 있으며, 학교의 특정 정책이 학생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에 관한 것도 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점차 영향력을 상실하게 된다. 그 비판 중 하나는 '가치'와 '사실'의 이분법적 사고에 지배되어 개념의 명료화에 너무 집착함으로써 교육적 비전의 제시나 처방에 무력했다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가치 지향적인 교육활동에서 가치문제를 의미 있게 다루지 못했다는 것이다. 1980년대는 더욱 심각한 비판이론의 도전을 받는다. 분석적 교육철학이 논리적 엄격성과 정확성, 객관성, 이론적 이성을 강조함으로써 비과학적이고 덜 논리적인 사고를 하는 비주류 문화를 무시하고 인간 경험의 정서적이고 실제적인 측면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또 교육의 문제를 제도와 행위의 문제로 접근한 현장의 교육실천가들에게 그리 호소력을 지니지 못했다. 
   분석적 교육철학이 교육적 담론을 명료화하고 이론과 용어, 진술 개념들로 구성된 하나의 학문적 지식체계를 낳아 교육철학의 학문적 기초를 닦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오늘날 여전히 교육철학을 하는 기본적인 방법론으로서 광범위하게 동원되고 있다. 

(2) 비판적 교육철학

   1960년대 후반 교육문제에 대하여 좀 더 실제적이고 정치사회적 관점을 취하며 학교체제에 대해 비판적인 교육학자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인간적 의식이나 지식이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제약하에 형성된다는 인식을 갖고, 제약요인들을 분석하고 비판하는 일을 통하여 인간 의식을 해방시키는 것을 교육의 목적으로 본다. 
   보울즈와 긴티스는 그들의 저서 [미국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학교교육]에서 학교가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어떻게 재생산하는지에 대해서 마르크스주의적 분석을 시도하여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불평등 문제를 유용하게 설명했다. 농민들에게 글을 가르쳐 그들의 억압된 의식의 해방을 도모한 교육철학자 프레이리는 '비판적 교육철학자'의 대명사다. 하버마스와 그의 동료들은 교육과 지배적 사회 간의 관계에 대한 보다 정교하고 포괄적인 분석을 시도하였다. 하버마스의 '지식'과 '이해'에 관한 이론과 '기술적 합리성'에 대한 비판은 학교 교육체제에 효과적으로 적용되기도 하였다. 
   인간의 모든 인식행위는 인간이 갖고 있는 신념과 가치판단, 욕구와 동기, 관심과 선입견이 작용한 가치 부하적인 것이다. 비판적 교육철학자들은 학문의 가치 중립성을 표방하기보다는 자신들이 옹호하는 신념과 가치관을 분명하게 밝히고, 비판적 자기 평가를 통하여 교육현실이나 이론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 어떤 숨은 동기와 관심하에 이루어지는지 분석하고 그것이 인간의 의식 성장을 어떻게 왜곡시키는지 비판하기도 한다. 이것은 비판적 교육철학이 교육을 기술적으로 설명하는데 그치지 않고 규범적이고 평가적인 성격을 지니며 교육개선과 실천을 위한 실천학으로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페미니스트들이 비판하는 것처럼 하버마스의 연구는 '젠더'의 문제나 '차이'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인종차별주의나 계급차별주의, 성차별주의와 같이 제도화되고 내면화된 억압의 문제를 분명하게 인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비판이론가들은 '이성(reason)'이라는 것이 어떻게 문화적으로 규정되는지 그 방식에 대해 다루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 

(3) 포스트 모더니즘과 그 외의 다른 접근들

   1980년대 들어서면서 포스트모더니즘은 보편적 진리의 존재를 의심하고 권력관계와 분리된 무관심한 지식을 부정한다. 이성이나 합리성의 절대성을 거부하고 개인의 감정과 정서를 중시하며, 지식은 사회적, 역사적, 문화적 맥락에 따라 다르게 형성된다는 반 정초주의적인 입장을 취한다. 그리하여 포스트모더니즘은 다양한 문화적 관점과 공헌을 주이하고, 인종, 민족, 계급, 성, 종교 등과 같은 배경적 요소에서 오는 차이를 인정하며, 이 차이의 교육적 가치를 옹호하도록 이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20세기 후반 후기 산업사회화, 정보사회화 등의 사회변화와 밀접히 관련된 문화 전반에 나타는 어떤 특징과 태도를 의미한다. 하지만 교육영역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은 모든 학생이 자신의 문화뿐 아니라 다양한 타문화의 관점을 경험하고 사회의 이질성과 다원성을 의식하고 인정하는 교육을 강조한다. 또한 그것의 교육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배울 수 있게 하는데 이를 '다문화적 문해' 교육이라고 부른다. 포스트모더니즘이 학교교육에 초래한 변화 중 하나는 합당성, 공동체, 관계성, 실천적 지식 등의 가치를 강조함으로써 보다 열린 사회로의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의 교육철학자들은 다양한 철학적 접근을 통해 교육의 의미체계나 교육 실제에 대한 비판적 탐구활동에 참여하면서 교육철학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